백수일상

우울증과 자존감 회복에 좋은 취미 생활 1 보석 십자수

&%#@! 2021. 2.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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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십자수

 

원래 일평생 십자수라는 것이 나와는 맞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뭔가 귀찮고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컬러링 북도 재미가 없어지고 불현듯 나도 십자수란 것을 해볼까 이런 생각을 하던 찰나 아는 동생의 정보로 보석 십자수란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또 굉장히 쉽다는 말을 듣고 당장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그래서 바로 주문한 게 첫 번째 완성작입니다.

 

도안이 쉽게 되어있어요

 

처음 남편이 저를 신기해 보더라고요. 하긴 몇 년 동안 살면서 책 보는 것 외에 제가 무언가를 하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조금씩 완성이 되는 걸 보면서 본인이 보기에도 예뻤던지 자신의 방에도 걸어줄 그림을 만들어줬으면 하더라고요.

평소 남편은 칭찬에 약한 편입니다. 직접적인 칭찬은 없지만 남편이 저에게 부탁한 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한땀 한 땀 도구를 이용하여 준비되어 있는 도안에 비즈(보석)를 붙이면 되는 것인데 굉장히 단순하고 쉽습니다. 그저 그 붙이는 작업만으로도 시간도 금방 가고 조금씩 완성되가는 모습을 보면 성취감도 느껴지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그 자체에 굉장히 생기가 돋는 듯했습니다.

 

일단 복잡한 생각도 잠깐 멈추고 그저 붙이는 일에만 집중하니 그 자체만도 휴식이 되었습니다. 단지 고개를 숙이고 하다 보니 목이랑 어깨는 조금 아픕니다. 중간중간 폼롤러를 통해 어깨도 풀어주고 스트레칭도 해주었습니다.

 

백수임에도 하루 종일 붙잡고 있기는 힘들고 시간이 걸리기에 일주일 정도 걸려 완성했습니다.

 

완성작을 보고 나니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남편 방에 걸어둘 두번째 완성작 와이키키

 

계속 이사 오고 그림을 걸어야지 하고 미루던 것을 보석 십자수로 그림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진도 찍어보고 저렇게 사진도 찍어보고 이렇게 하면 예뻐 보일까 저렇게 하면 집이 더 예뻐 보일까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이런 쓸데없는걸 왜 하지,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해야지 했을지도 모릅니다.

 

참 인생 재미없게 살았더라고요.

 

 

색상들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습니다

 

친구는 직접 보더니 본인도 3개나 주문을 했습니다. 바쁜 육아 생활에도 취미 생활 즐기는 제가 좋아 보였나 봅니다. 남편과 함께 붙이고 있다고 하는데 아이가 있어선지 완성이 더디네요.

 

언니에게 자랑도 해보고 예쁘다고 합니다.

 

 

주방 식탁 위에 걸어둘 세 번째 해바라기 도안

 

세 번째 작업 시작입니다.

 

사실 여태껏 저는 똥 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기에 뭐를 해도 결과물이 마음에 들게 나온 적도 없고 나는 마이너스 손이라며 자 책하며 지냈는데 나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캘리그래피랑 그림이나 이런 것들은 빈 도화지에 내 창작이 필요한 것들이라 취미 생활하러 배우는 것이 스트레스만 받기도 하고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으면 되려 자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괜히 옆사람과 비교해서 조금은 더딘 실력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도전을 포기했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도안이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재주가 없던 것이 아니라 요령이 없었던 것이구나.

 

쉬운 길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내가 어려운 길을 선택했던 거구나. 조금 위로가 되었습니다.

 

별거 아닌 사소한 취미 생활이 조금씩 자존감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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