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상

철학관에서 사주 보고 왔어요.

&%#@! 2021. 3.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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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뭔가 하나 꽂히면 그거에 파고드는데 요즘 사주에 꽂힌 거예요.

정신과 약을 복용하면서도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으니 결국 사주란 것에까지 관심 가지게 되네요.

 

요즘 정신과나 점집이나 철학관이 북새통이라고 하는데 정말 실감이 나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주 관련 무료 앱들 많아서 깔면 본인 사주를 볼 수가 있거든요.

근데 무슨 말이 도통 모르겠고 찾아봐도 해석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인터넷에는 그저 나한테 뭐가 부족하고 뭐가 있는 사람이다 이 정도로 나와있고 단편적으로 설명이 나온 거라 구체적으로 내 사주가 어떤지 궁금했어요.

 

뭐든지 공부하는 타입인 저는 역시나 유튜브로 미리 사전조사(?)를 했고요.

우연히 알게 된 유튜브 통해서 사주 문의도 했는데 4월 말이나 돼야 상담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급한 성격인데 언제 4월까지 기다립니까.

 

그래서 친한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바로 답변을 해주더라고요.

집과는 거리가 있지만 예전 살던 동네와 가까워 바로 아침부터 냉큼 실행에 옮겼습니다.

저 진짜 실행력 하나는 빠른 것 같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주니 뭐니 관심도 없던 사람이 사주에 한번 꽂히고 바로 알아봅니다.

친구가 알려준 곳은 예약도 받지 않고 무조건 선착순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침 9시부터 운영하는데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리라는 조언을 받았는데 나름 서두른다고 해서 도착했는데 9시 10분 정도였는데 이미 대기가 만석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직원도 없고 대기표 같은 것도 없이 그저 앉아서 기다립니다.

2시간 반 정도 기다리고 봤는데요. 기다리는데 너무 지루해서 혼났습니다.

이북 리더기도 가져갔는데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폰도 재미없고 진짜 좀이 쑤시더라고요.

절대 남편은 못 데려 오겠구나 싶었습니다.

 

사주를 봐주시는 분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셨습니다. 네이버 검색하면 지도 검색도 안 되는 곳인데 어찌 다들 알고 찾아오는지. 사람들이 그렇게 사주니 뭐니 관심이 많은지도 놀랐습니다. 그 뒤 몇 분은 그냥 돌아가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보고 그분께서 나름 방향지시 같은 걸 해주셨는데

저는 솔직히 전체적인 제 사주풀이나 내가 어떤 재능을 갖고 있고 어떤 걸 이용해서 살아가면 좋은지 하다못해 집에 뭐라도 놓고 무슨 색깔이 잘 맞는지 이런 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얘기는 없고 제가 진로에 대해 문의를 드려서 그런지 딱 그런 부분에 대해서만 얘기해주시더라고요.

 

한 15분 정도 상담을 진행했고 저는 사실 비용도 대략 5만 원인 줄 알고 현금 5만 원 내고 친구랑 통화하는데 조금만 드려도 된다고 3만 원 줘도 됐다고 하더라고요. 빨리 말해주지 친구야....

생각해보니 얼만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으레 5만 원인 줄 알고 5만 원을 드렸거든요. 근데 얼마 드리냐고 물어보면 알아서 주라고 한다고 하네요....

 

덕분에 할아버지 오늘 간식값 많이 버셨으니 그걸로 된 거죠 ㅜㅜ

 

너무 배가 고파 근처 카페를 들려 햄버거를 시키고 친구랑 통화를 하니 원래 그런 건 몇 군데서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영 뭔가 개운치 않아서 근처 철학관이 또 없나 폰으로 검색 후 바로 근처에 있는 것을 발견 후 바로 연락했는데 상담이 가능해서 밥 먹던 거 테이크 아웃하고 바로 사주를 보러 갑니다.

 

훨씬 정돈된 사무실에 중년 여성분이셨는데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조금 더 편했습니다.

처음엔 XX 씨 이러다가 나중엔 친근하게 이름으로 불러주시더라고요.

 

제가 궁금했던 전체적인 사주에 대해서 풀어주시고 제가 갖고 있는 거. 그리고 제가 부족한 거 이런 거에 대해서 상세히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과거 성장과정에서 부모님과의 관계를 정확히 맞춘 것에 대해 좀 놀랐습니다.

 

뭐 직접적인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에둘러서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런 게 사주에 다 드러나나 봅니다.

 

저의 성격적인 부분은 거의 정확히 맞았고 평소 제가 남들에게 들었던 조언도 비슷했습니다.

 

조금 더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과 자신을 홍보하라고. 제가 직장 생활하면서도 들었던 소리와 똑같았습니다.

 

제가 회사 생활을 힘들어하는 것도 융통성이 부족하고 너무 깨끗한 물이면 흙탕물을 이해 못하는데 그걸 다 수용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 회사를 관두기 전 진짜 그 부분이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제가 도덕성을 중시하는 성격 탓에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면 이해를 못하는데 그게 꽤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런데 무시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직장을 관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하셨습니다.

 

사실 제가 그만둘 시기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보너스도 많이 나오는 달이었기에 저도 그만둔 결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결코 그 보너스가 작지 않은 돈이었고 몇 달 정도의 월급이 되는 돈이기 때문에 동료들도 많이 아쉬워했었습니다. 조금만 더 버틸까 생각했지만 정신과를 갈 정도로 제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선 후회되진 않습니다.

 

첫 번째 상담을 받은 곳과 두 번째 상담받은 곳에서 전반적으로는 비슷하게 얘기하시고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자격증 얘기를 꺼내신 것.

 

제가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관심을 보였더니 둘 다 회의적으로 보셨습니다. 스마트스토어를 해볼 생각이었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힘이 드니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맞다고요. 첫 번째는 저에게 공인중개사 시험 본 후 그쪽일을 권하셨고 두 번째는 이전 일을 다시 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서 부동산이나 땅이나 이런 관련 쪽을 관심을 가지라고 한 게 비슷했습니다.

 

어쨌거나 저에게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사회성이 부족한 저는 더 이상 회사 다니고 싶지 않아서 내가 집에서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잘 될까 싶어 찾아간 거였는데 결국 부족한 사회성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회사를 다녀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최근 사주에 관심을 갖게 되어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것도 가능한지 물어보았더니 두 분 다  아니라고 하네요. ㅎㅎㅎㅎㅎ 이유도 똑같았습니다. 성질은 잘 맞을 수 있으나 제가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표현력 부분에 있어 고충이 많을 거라고 합니다. 두 분 다 표현력이라고 표현하시는 게 신기했어요. 꽤 힘든 일이라고 도 하셨습니다. 금방 맘 접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냥 사주 명리학은 취미로 공부만 해야겠습니다.

 

현재 저는 일할 생각이 없고 이것저것 계획한 일은 많은데 계속 그렇게 지낼 것이라고 합니다.

 

퇴직할 때 원하면 다시 복직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건 또 막상 가봐야 아는 것이고 팀을 바꿔 일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고요. 뭐가 좋고 나한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방황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주 보고 오니 뭔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조금 기분이 개운해졌습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사람들이 사주를 볼까. 이런 곳에 의지할까. 정신과 병원 대기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보고 다들 힘들구나 이런 생각했는데 삶은 고통이란 말이 진짜 실감이 나네요.

 

살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니 철학관 가서 사주 보는 것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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