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물복용

정신과 약 복용 후 밥을 잘 챙겨 먹어요.

&%#@! 2021. 2.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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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양배추 쌈

 

정신과 약을 복용 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느낀 점은 요리도 하고 밥을 잘 챙겨 먹는다는 것입니다.

 

원래 요리에는 취미도 없고 요리하는 것을 굉장히 짜증스러워했어요.

재료 손질하는 것도 귀찮고 한 끼 먹으려고 주방에 서서 노동을 한다는 게 너무 싫었거든요.

저는 집밥을 좋아하고 남편은 외식을 선호하니깐 종종 트러블이 생기곤 했습니다.

 

 

차돌박이도 넣었습니다

 

지금 집에 살기 전 이사시기가 안 맞아 잠깐 레지던스 호텔에서 3개월 정도를 지냈습니다.

당연히 취식을 하기엔 열악한 상황이라 거의 외식을 주로 했고 컵라면 끓여먹는 거 외엔 주방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백종원 유튜브를 보고 김치전도 만들고 막걸리도 한잔 따랐습니다

 

예전 살던 집에 비해 주방이 훨씬 넓어지기도 하고. 저와 잘 맞는 건지 이사 후 밥을 종종 해 먹긴 했습니다. 그래도 살림 잘하는 주부들처럼 밥을 해먹지도 않고 퇴사 전에는 좀 바쁜 시기이기도 해서 밥을 거르거나 대충 때우는 적이 많았습니다. 확실히 넓어진 주방 때문에 음식을 해 먹는 날이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요리하는 것은 싫었습니다.

 

약을 복용 후에는 스스로 요리도 하고 혼자 밥을 먹어도 나름 잘 차려놓고 먹습니다.

 

 

파스타를 좋아합니다. 왼쪽은 햄을 넣은 파스타 오른쪽은 굴을 넣은 파스타

 

원래 플레이팅 같은 손재주는 없지만 예전에 대충 먹고 라면을 자주 끓여먹던 습관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저 혼자만 잘 먹는 것이 아니고 저녁 남편 밥상도 잘 차려줍니다. 덕분에 남편은 살이 7kg 이 쪘습니다. 

 

제가 회복하기 위해 약을 먹고 밥을 잘 챙겨 먹는데 왜 남편은 살이 찌는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잘먹는다고 또 이렇게 새로운 걱정을 합니다. 원래 걱정병은 저의 가장 큰 이겨내야 할 산입니다.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 남편이 해준 함박스테이크

 

아침 일어나면 공복에 커피 마시는 습관도 달라지고 이제는 아침도 먹습니다. 정 식욕이 없을 때는 거르기도 하지만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배가 고프기도 하고 억지로 먹으려고 하려고도 합니다. 숭늉도 끓여먹고 죽도 먹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전 허기가 진날은 집에 먹을 건 없고 뭘 먹지 찾다 허겁지겁 컵라면을 먹는 게 제 주식이었습니다.

 

 

남편이 해준 까르보나라, 베이컨도 넣고 샐러드 플레이팅에 와인도 한잔 곁들었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고작 하루에 먹는 알약 4알이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요.

 

아직도 정신과 방문이나 정신과 약 복용에 대해 망설이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상담을 받고 약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꼬막 버섯 비빔밥

 

제가 이렇게 정신과 약을 찬양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나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 그런거 도움 없이도 나는 잘한다. 제 스스로를 응원하고 안되면 비난하고 그것을 반복했습니다. 그것은 호르몬의 문제라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우울증에 걸린 것을 본 것은 꽤 큰 충격이었습니다. 사람이 감기가 걸리면 감기약도 먹고 휴식이 필요하듯 뇌도 아프면 약이 필요한 것입니다.

 

밥을 먹는다는 게 정말 중요한데 가장 필요한 것이 내 삶에는 없었습니다.

 

 

남은 알탕에 수제비를 넣어 끓여 재활용한 얼큰 수제비와 남은 식재료들 다 넣어 끓인 칼국수

 

이렇게 잘 챙겨먹으니 왠지 뿌듯하고 요리에 대한 성취, 만족감이라는 것도 커졌습니다.

 

밥을 잘 먹는 것 부터 우울증 치료와 자존감 회복에 빠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꼭 밥 잘챙겨드세요. 혼자서도 잘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맛있는 식사 하세요.

 

특별한 날에는 더 맛있는 것도 드시고요.

 

이 글 보시는 모든 분들 건강하세요.

 

 

팬케익도 해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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