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상

집에서 노는 게 제일 좋아

&%#@! 2021. 2.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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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노는 게 제일 좋습니다.

 

번아웃 증후군 때문인지 원래 내가 집순이 었는지 알 수 없지만 코로나 시국에 맞춰 집순이는 집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라 느껴집니다. 한때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등산을 하고 여행을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맛집을 찾아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진짜로 좋아했던 것인지 그렇게 해야만 해서 했던 것인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같으니깐 맞고 틀리다는 의미가 없겠네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냐고. 바다도 보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바람도 쐐고 싶다고 누구는 말합니다. 집안에 공기가 답답할때면 환기도 시켜주고 화분에 물주고 청소기 돌리고 바닥을 닦고 바쁘단 핑계로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던 사람이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고 색연필을 깎아 색칠놀이를 하고 한땀한땀 정성 들여 보석 십자수도 해보고 집안의 가구 위치를 바꿔보고 볕 좋은날 내리쏟아지는 빛 맞으며 커피 한 잔 마시고 집에 죽은 공간은 없는지 정리할 곳은 없는지 이리저리 둘러보고 그러다 시간은 금방 갑니다. 밖에 나가지도 않고 오로지 집에서만 활동해도 하루를 빼곡히 쌓습니다. 이런 일상이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한참 바쁜 시기를 탈출하고 마음의 평화가 왔습니다. 어느 순간 활활 불타올랐던 화도 언제 그랬냐듯 재 조차도 남지 않았습니다. 약의 도움때문인지 정말로 휴식을 취해서인진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이 가장 좋습니다. 금방 번아웃 증후군을 이겨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는 것조차도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에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밤에 피곤하듯 잠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에 찌들어 혹은 누군가와 갈등으로 고통에 생각의 꼬리를 물다 잠이 드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가 가장 좋습니다. 집순이가 맞습니다. 원래였든 아녔든 지금은 집순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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