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상

백수 알차게 보내기 - 피아노 학원 등록

&%#@! 2021. 5. 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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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위한 쉬운 피아노 교본

 

어릴 땐 참 지겨웠었다.

 

성인이 되고 직장 생활하면서 그림 그리기. 피아노나 악기 배우기 등 다양한 버킷리스트 같은 게 있었다.

 

그러나 늘 먹고 사는데 급급하고 여유가 없으니 취미 생활이야 고작 운동이나 요가 다른 건 도전 못하고 40대가 되어서야 드디어 피아노를 시작했다.

 

언젠가 해야지 해야지 맘만 먹고 있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충동적으로 집앞 피아노 학원에 들려 상담을 받았다.

 

성인을 상대로 하는 취미 학원은 아니지만 어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성인도 가능하다길래 그렇게 비싸지 않은 금액에 아주 흡족해하며 등록했다.

 

그리고 오늘 첫 수업.

 

초등 꼬맹이가 신기한지 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다른 아이도 힐끗 쳐다보기도 한다.

 

그래도 어릴적 배운 기억이 남아 있던 건지 음계도 쉽게 적응하고

 

왼손 오른손 바로 건반을 누르는데 뭔가 내 손가락 감각이 저절로 기억을 하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벌써 양손까지. 어른이라 진도도 빠르게 나가고. 다행히 지루하진 않을 것 같다.

 

매일 연습하러 갈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무언가를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쁘다.

 

그동안 너무 손을 움직이지 않아서 걱정했었는데 피아노로 손가락 운동도 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제법 치고 싶은 곡도 쳐보고

 

어릴 적에 지겹게만 쳤던 바이엘을 떠나서.

 

벌써 기대감에 마음 한구석이 부풀어 오른다.

 

요 며칠 날씨와 생리 전 증후군으로 무기력증이 크게 와 고생했다.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은 한없이 몸이 축축 쳐지고 무기력증이란 괴물이 날 괴롭힌다.

 

무기력증이란 이 괴물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하고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꽤 파괴적이다.

 

피아노가 조금이나마 성취감도 안겨주고 내 무기력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혼자 연습실에 들어가 울리는 날것의 피아노 소리는 부끄럽지만 연습하는 동안 집중했고 계속하고 싶었다.

 

연습을 끝내고 나오는 길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랜만에 엔도르핀이 도는 듯했다.

 

어려운 것도 아닌 것을 뭘 그렇게 오래 망설였니?

 

그래 힘들고 어려운 거 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도전해보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자.

 

그림은 내게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재미도 없고 노력에 비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과정도 길고 어깨도 아파서 싫다. 하기 전에 계속 그림에 대한 갈망, 미련 같은 것이 있었는데 막상 시도해보고 나니 후회가 없다. 나와 맞지 않는 것을 몰랐으니깐. 

 

피아노도 안 맞으면? 뭐 그때 가서 다른 거 배워보지.

 

후련하다.

 

오늘 수업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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